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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를 선택해야 하는 4가지 이유

solarwind 2008. 8. 2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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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유로지역(Euro area)이 설립되자, 유로화(貨)가 미국 달러를 대신해 세계 기축통화 기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이 붙었다. 하지만 이 논쟁은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지역)의 계속된 경제부진과 미국의 강력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금세 사그라졌었다. 최근 유로화가 절상되는 등 양측의 상황이 역전되자 꺼진 줄 알았던 논쟁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이슈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유로화에 환율을 연동(peg)하는 국가들이 늘어날 것인가?
둘째, 외환보유고로서 유로화의 역할이 강화될 것인가?
셋째, 아시아의 중앙은행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유로화 보유비중을 늘릴 것인가?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모두 ‘그렇다(yes)’이다. 유로화가 미국 달러를 대체해 기축통화가 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런 상황은 실제 안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세계화된 금융시장에서 국제금융시스템이 달러화라는 단 하나의 통화에 기초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아시아 경제의 역동성이나 중국·인도의 GDP(국내총생산)에 관한 장기예측을 바탕으로 만약 미국 달러가 위협을 받는다면 아시아 경제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시아 금융시장의 발전상태를 감안할 때 이 주장은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

국제통화로서 통화의 힘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크게 네 가지 요소가 있다. 세계 무역에서 해당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 거시경제의 안정성, 금융시장의 정교함, 그리고 네트워크 외부효과(network externalities)이다.

지금까지는 무역량을 제외한 3가지 요소에선 미국이 앞섰다. 역사적으로 유로지역은 미국보다 수출을 많이 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선진적인 금융시장을 갖고 있었고, 거시경제의 안정성도 유럽을 압도했다. 또 기축통화로서 거래비용이 낮고 유동성이 풍부한 달러화의 네트워크 외부효과가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이 네 가지 요소에 변화가 생겼다. 유로지역의 수출 규모는 전보다 더욱 커졌다. 금융시장도 엄청나게 발전했다. 유로화는 이미 기업채권발행 부문에서 달러화와 경쟁하고 있다. 채권시장의 스프레드(금리차이)도 유럽이 미국보다 작다. 이는 유럽이 매우 유동성이 풍부한 금융시장이라는 신호다. 유럽 금융시장 통합이 진전될수록 미국 달러는 유동성이라는 매력을 점차 잃게 될 것이다.

거시경제의 안정성이란 기준도 유로지역에 유리하다. 미국의 감독정책 실패 때문에 생긴 엔론 사태와 서브프라임(비우량주택담보대출) 위기 등은 유로지역과 무관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주택경기 침체와 동시에 발생한 인플레이션 우려에 맞서 물가안정과 고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바쁘다. 반면 유럽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이라는 하나의 목표에만 집중할 수 있어 상황이 좋은 편이다. 현재 유로지역은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큰 변화가 없는 반면, 미국은 달러화 약세와 유가상승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한동안 초과할 위험이 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의 세계적 유동성 시장에서는 네트워크 외부효과가 덜 중요하게 됐다. 누구든지 유로화로 자유롭게 거래하는 데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는다. 네트워크 외부효과는 빠른 속도로 과거의 논쟁이 돼가고 있다.

유로화의 국제적 역할이 강화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환율을 유로화에 연동하는 국가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영국 헤리엇와트대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코브햄(David Cobham)은 새로운 통계기법을 활용해 직·간접적으로 유로화에 연동된 국제 통화들이 미국 달러보다 많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달러가 세계 1위의 환율연동 통화라는 상식을 뒤엎은 것이다.

특정 통화에 환율을 연동하는 국가들이 늘어날수록 그 통화가 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하게 된다. 지금껏 세계 중앙은행들이 달러화를 많이 보유했던 까닭은 달러화 대비 자국통화 환율을 유지하려할 때 외환시장에 개입해서 쓸 수 있는 통화가 달러화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점차 달러화를 기준으로 하는 고정환율제에서 혼합바스켓(mixed basket)제도나 변동환율제로 옮겨가고 있다. 이들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현재의 높은 달러 보유비중을 낮추고자 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외환보유 비율에는 아직까지 큰 변화가 없다. 미국 달러는 세계 외환보유고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유로화 비중은 4분의 1 정도다. 유로화가 내일 당장 미국 달러를 내몰지는 않겠지만, 장기적 추세는 유로에 우호적이다.

이 같은 추세 변화는 달러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에는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섣부른 외환보유고 다변화는 미국 달러화 가치의 붕괴 등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아시아의 중앙은행들이 여전히 활발하게 외환보유고를 축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장 좋은 전략은 새로 쌓는 외환보유고의 유로화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급격한 속도의 외환보유고 축적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외환보유고를 서서히 다변화시킬 기회가 항상 열려있다고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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