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증여가 대중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자산가들뿐만 아니라 젊은 회사원까지 증여에 나서고 있다. 자녀 명의로 각종 펀드에 가입하는 사람이 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재산의 대물림 방식이 상속에서 증여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02년도에는 증여세 납부세액이 상속세보다 38% 정도 많았지만 지난해에는 증여세가 상속세의 2.4배에 달했다. 하지만 늘어난 관심에 비해 증여세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증여 시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알아보자.
증여 후까지 계산해야 ‘절세’
첫째, 자녀가 여러 명이면 자산을 나누어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예를 들어 공시지가 6억 원 상당의 나대지를 증여하는 경우를 보자. 이때 이 토지를 자녀 1명에게 증여하는 경우 1억 원 정도의 증여세가 발생한다. 반면 땅을 둘러 쪼개 두 명의 자녀에게 절반씩 증여하면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 자녀 한 명당 각각 3억 원씩 나대지를 증여하면 증여세는 각각 약 4000만 원, 총 8000만 원 정도가 된다. 즉, 한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보다 두 명에게 동시에 증여하는 경우 2000만 원 정도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
동일한 부동산을 증여하는데 세금이 줄어드는 이유는 증여세율이 누진세율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1억 원까지는 10%, 1억 원부터 5억 원까지는 20%, 5억 원부터 10억 원까지는 30%의 세율이 적용된다. 따라서 6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한 자녀에게만 증여할 때에는 30% 세율이 적용되지만 두 명에게 절반씩 증여하면 각각 20%의 세율이 적용돼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증여받은 재산은 이후 가치가 불어난 만큼 절세 효과가 크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상속세를 계산할 때 사망일로부터 10년 이내에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 재산에 다시 합산해 과세하게 돼 있다. 그렇다면 10년 이내에 사망한다면 증여는 의미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증여한 지 10년 이내에 사망하더라도 증여를 통한 절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증여한 재산은 증여 당시 신고가액으로만 상속 재산으로 합산되기 때문이다. 즉, 증여 이후 상승한 자산 가치에 대해서는 과세가 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30억 원대 재산을 가진 김모 씨가 5억 원짜리 집을 아들에게 미리 증여하고 3년 후 이 집이 8억 원으로 오른 상태에서 김 씨가 사망했다면 어떤 효과가 생길까. 자녀가 물려받은 집은 상속 재산에 포함돼 세금을 물어야 하지만 세금은 사망일 당시 가격인 8억 원이 아니라 증여 시점의 가격인 5억 원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자산 가치 상승분 3억 원에 대해서는 상속세과 과세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펀드나 부동산 등의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면 해당 자산이 저평가돼 있을 때 미리 증여하는 것이 유리한 것이다.
셋째, 부동산을 증여할 때 비싸게 신고하는 게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증여세를 계산할 때 재산을 평가하는 원칙은 시가다. 시가가 없는 경우 기준시가로 세금을 계산한다. 증여세에서 ‘시가’란 증여일 전후 각각 3개월 이내에 해당 재산에 대해 매매가액 또는 감정평가가액 등이 발생했을 때의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기준시가는 시가의 통상 60% 수준이므로 가급적이면 기준시가로 증여 재산을 평가해야 증여세가 적게 나온다. 그러나 앞으로는 시가로 증여세를 계산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 홍모 씨가 자녀에게 아파트를 증여하고 2년 후 이 아파트를 7억 원에 처분한다면 양도세는 얼마나 나올까. 증여 당시 아파트를 기준시가인 3억 원에 신고했다면 양도가액은 7억 원, 취득가액은 3억 원이 적용되므로 양도 차익 4억 원에 대해 양도세 부담이 발생한다. 하지만 증여 당시 기준시가 3억 원이 아닌 시가 5억 원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납부했다면 매도시 취득가액도 5억 원이 적용된다. 따라서 양도 차익 2억 원에 대해서만 양도세가 과세되므로 양도세 부담이 훨씬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증여 시 낮게 신고하려고만 하지 말고 차후 매도 시까지 고려해 실가로 신고하는 것이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
다주택자, 부담부증여 피해야
농지는 증여하는 것보다 상속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점도 기억하자. 직접 농사를 지을 계획이 없다면 농지는 증여보다 상속을 받는 것이 좋다. 아무리 상속세를 줄일 목적이라도 농지에 대한 사전 증여는 신중해야 한다. 2007년부터 자경 목적이 아닌 농지를 매도할 때에는 양도세가 60%로 중과된다. 다만, 상속받은 농지는 상속받은 지 3년 이내에 매도할 경우 중과 대상에서 제외돼 9~36%의 일반세율로 과세된다. 따라서 매도까지 고려한다면 농지는 증여보다 상속이 유리하다.
또한 8년 이상 자경한 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은 상속 시에만 자식들이 승계할 수 있다. 피상속인이 8년 이상 자경을 했을 때 상속인은 상속 후 3년 이내에 농지를 팔면 1억 원 범위에서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들은 증여받은 농지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섯 째, 부담부증여를 하면 항상 절세가 될 것이란 믿음을 버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부담부증여는 부동산가액에서 자녀가 인수하는 채무가액을 차감한 가액에 대해서만 증여세가 과세되기 때문에 부동산만 증여받는 단순 증여보다 유리하다. 하지만 채무 부분에 대해서는 증여하는 부모에게 양도세가 과세된다. 이처럼 부담부증여 시에는 단순 증여를 할 때 없던 양도세가 과세되지만 채무 인수를 통해 줄어드는 증여세가 늘어나는 양도세보다 많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부담부증여가 유리한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다주택자라면 부담부증여를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3채의 주택을 가지고 소유한 사람이 이 중 1채를 증여하면 채무 부분에 대해 60%의 양도세율이 적용된다. 이는 증여세 최고세율인 50%보다 높아 부담부증여를 하면 오히려 세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 2주택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올해부터 2주택도 양도세율이 50%로 중과되고 있어 2주택 중 1채를 증여하는 경우에는 통상 단순 증여가 유리할 수 있다.
현금을 증여할 때는 적극적으로 증여세를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미성년자 명의로 개설된 펀드 계좌는 100만 좌를 웃돌고 있으며 자산 총액은 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어린이 펀드가 대중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상 만 19세까지는 10년 단위로 1500만 원, 20세 이후에는 3000만 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자녀 이름으로 펀드에 1500만 원을 거치식으로 가입하고 증여세 신고를 했을 경우 10년 후에 투자금액이 1억 원으로 불어나더라도 증여세를 물지 않는다. 따라서 미성년자 증여 한도인 1500만 원 이하 범위 내에서 일시불로 돈을 내고 증여세 신고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1억 원에서 1500만 원을 뺀 8500만 원에 대해서 증여세가 부과되니 주의해야 한다. 펀드 가입 자금에 대해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중에 펀드 수익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뒤에야 증여세 신고를 하면 세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내년부터는 배우자에게 좀 더 많이 증여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현재 배우자 간에는 증여세 없이 10년마다 3억 원까지 증여할 수 있다.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배우자 공제 한도가 3억 원에서 6억 원으로 2배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내년 이후에 6억 원까지는 증여세 없이 배우자에게 증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올해까지 이미 배우자에게 증여를 받았다면 내년에 새로 받은 자산과 합산해 6억 원까지 증여세가 없다. 과거에 배우자로부터 얼마를 증여받았든 내년부터는 증여세 없이 추가로 3억 원을 더 증여받을 수 있다.